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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소설

『고산자』, 박범신

향수 ON THE ROAD 2016.09.10 17:20

『고산자』, 박범신


1. 요약
소설가 ‘박범신’의 2009년 출간 작 『고산자』. 이 책은 한 인물의 ‘호’(號)를 제목으로 하여 쓴 소설이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이 ‘호’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중요한 조선 후기 인물 ‘김정호’(金正浩, 1804~1866 추정)이다. 김정호 그의 호가 바로 ‘고산자’(古山子)이다. 한문의 뜻 자체로 풀어보면, ‘옛 산의 아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말은 그가 그만큼 ‘산’과 가까웠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그의 일생이 ‘산’에서 멀어지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작가 박범신은 그래서 유독 ‘김정호’의 발걸음을 ‘산’과 더욱 밀접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작가 스스로가 더 많은 애착심을 드러낸다. 하다. 왜냐하면 그는 『고산자』 이전, 이미 『촐라체』라는 소설을 통해 ‘산’과 자신의 관계를 깊이 있게 보여주었기에 그에게 있어 ‘산’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투사의 열매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후일 2010년에 출간했던 『은교』 에서도, ‘산’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은교』에서 시인 ‘이적요’의 집도 ‘산’을 중심이며, ‘산’을 배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실제로 박범신은 산을 좋아하여 등반을 많이 하는 작가이다. 국내외로 많은 산을 등반 했으며 지금도 등산을 좋아한다고 어느 인터뷰를 통하여 밝힌 일도 있다).

 

이렇듯, 박범신은 ‘산’을 중심으로 하여, 전국팔도 방방곡곡(坊坊曲曲)을 자신의 손바닥 보듯 돌아다니며, 국토의 ‘지도’를 완성하고자 분투한 ‘김정호’를 현 시대로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김정호’를 통해 ‘지도’라는 것이 갖고 있는 ‘의미’와 ‘힘’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인생의 ‘방향’을 향한 안내자다.

 

『고산자』는 그 의미를 함축하여, ‘김정호’의 인생을 9~348 페이지에 이르는 작은 지면 속에 오롯이 녹이고, 풀어 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알 수 없는 ‘김정호’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작가의 방법으로 새롭게 각색하여 손에 땀을 쥐며, 소설의 ‘현실’로 우리를 이끈다.

 

다음은 작가의 ‘활자’를 통해 되살아난 김정호의 지도에 대한 신념이다.

 

“마땅히 지도는 나라의 것 이기에 앞서 백성의 것이라야 한다. 그가 굳이 대동여지도를 목판본으로 새기고 절첩식으로 고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도는 당연히 나라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편협한 생각 때문에 결국 아버지가 죽은 게 아니던가. <목판본 대동여지도>로 온 백성이 이를 지녀 더 이상, 아버지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자는 게 그의 오랜 꿈이다.” - p.84-5.

 

그렇다. 김정호는 생명을 걸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추위와 배 고품, 강도와 산 짐승의 위협에도 일평생 지도 하나를 위해 매진한 이유는 바로 ‘지도’가 나라의 것 이전에 ‘백성’의 것이며,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바른 ‘길’을 제시 할 ‘사명’이기에 가능했다.

 

그의 ‘사명’은 오늘날도 우리에게 중요한 기준이 될 법한 ‘대한민국 지도’의 가장 완벽한 형태를 선물로 주었다. 그것이 바로 『대동여지도』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준 이 『대동여지도』는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모든 백성들에게 있어서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고, 상인들과 여러 생계를 위해 생명을 위해 길 떠나는 자들의 ‘등불’이 되었다.


2. 감상평
‘지도’는 중요한 ‘안내자’다. ‘생명’을 향한 바른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귀한 선물이다. 오늘날 ‘지도’는, 더 이상 김정호가 살던 시대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가 살던 조선 후기처럼 ‘사대부’들이 ‘권력’을 위해 그들만 소유하는 정보가 아니다. 모든 이들의 손바닥 위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유용한 삶의 한 측면이 되었다. 심지어 내가 있는 ‘현 위치’로부터 목적지까지 갈 ‘방향’과 ‘방법’의 다양성을 보여 준다. 더 이상 ‘생명’에 직접적인 ‘힘’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도’는 보이지 않는 ‘힘’을 드러낸다. 일상에서 느끼지는 못 하지만, 국가 사이 ‘지도’(영토) 싸움은 치열하다. 한국-북한-중국의, ‘영토분쟁’은 ‘백두산’을 기점으로 치열 하며(심지어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들의 소수민족 역사로 만들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한국-일본은 ‘독도’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대립한다. 사실 둘 다 우리영토의 ‘명백함’이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에 마음이 힘겨울 뿐이다.


소설 『고산자』에도 ‘독도’분쟁과 ‘간도’지역에 대한 조선 후기 분쟁의 역사를 다루며, ‘대마도’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다만 소설 속 김정호가 보여주는 태도는 오늘의 문제와 조금은 결이 다른 측면으로 이해하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그가 우리영토를 무시하거나 포기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그것을 ‘결정’내릴 위치가 아니며 그 결정은 자신보다 더 중요한 자들의 몫으로, 작가는 쓰고 있다. 아마도 비슷했을 것 같다.

 

끝으로 『고산자』는 읽는 순간, 깊은 '몰입감'을 주는 책 이었다. 박범신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여긴다. 읽는내내 그의 또 다른 작품 『촐라체』가 떠올랐고, 최근작 『소금』이 떠올랐다. 그 말은 두 작품이 주는 ‘흡입력’이 『고산자』에도 깊이 녹아있다는 의미다. 시간이 될 때,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몰입도가 좋은 『고산자』를 한 번 읽어보는 유익을 가져보길 권한다.

 

3. 나눔을 위한 제언
‘지도’를 소재로 하여 그리고 있는 『고산자』는 ‘지도’, ‘길’, ‘생명’, ‘사명’등의 단어를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단어는 ‘중요성’을 띈다.  『고산자』에서 ‘김정호’가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마치 ‘구도자’의 길로 그려진다. 그러므로 각자가 그리고 있는 ‘지도’는 무엇이며, 우리가 그리는 이 ‘지도’는 ‘생명’을 향하는 ‘길’인지, 아니면 ‘죽음’과 ‘욕망’을 향한 ‘길’인지를 생각해보길 권한다.


올 9월에는 2015년부터 기다려온 영화 <고산자>가 개봉한다. 차승원 주연의 ‘영화’ 속 김정호의 모습이 많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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